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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아침이다. 날은 어제보다 훨씬 맑아졌다. 맘같아선 비키니 입고 아래 보이는 풀론 ㅐ려가고 싶다만, 새의 응가(!)를 치우는 풀의 사정상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걸로. (다음엔 온천을 기필코 가고야 말겠다...)
▲스타킹은 좀 에라지만, 아무튼 이런 꿈같은 시간도 있었다.
▲내가 머물렀던, 요번 여행 가운데 가장 럭셔리했던 방.
▲저기 저 새들이 나의 풀장 플랜을 다 망쳤다.
계산해 보니 예상보다 꽤 많이 쓰고 있다. 적당히 줄여야지. 특히 식사에서 많이 미스하고 있는 것 같다. 줄이자, 달러 없다. (나는 딱 750달러를 챙겨서 갔다.)
파라카스의 산 아우구스틴 리조트, 상당히 좋다. 보안도 철저하고. 역순으로 살피자면, 오늘 오전 이곳 뷔페는 적당히 맛있었고, (그래도 남쪽인지라, 망고는 망고젤리맛이 났다. 빵은 별로.. 다 적당하다) 어메니티도 적당했고. 일단 바다를 보며 풀 근방을 걸으며 꿀을 빠는 기분은 정말 최고. 새들과 함께하는 말그대로 친환경 관광지다. 그래서 풀에 아무도 없다만..
▲이걸 다 먹고
▲이걸 더 갖다 먹었다^^ (.....)
▲아침, 날이 맑았고,
▲여전히 풀장은 접근불가
어젠 온종일 투어를 하느라 힘들었다. 밤새 모기와 사투를 벌인 오늘도 피곤하다만. 결국 내 피를 빨아먹은 모기 두마리를 사살해내는데 성공했다. 어제 새벽 3시 45분 차를 타고 리마에서 파라카스로 이동, 오니까 7시 반이었다. 곧장 투어 삐끼(..)와 쇼부를 치고 40솔에 바예스타스로 고고. 여행책자를 보니 이게 표준가격이다. 배엔 30명이 좀 넘게 탔다.
배를 타고 가다보면 빈 배에 펠리칸이 잔뜩 모여있는 걸 보게된다. 이렇게.
이때 관광객들은 정말 열광하면서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하지만 이내 이 동네에서 펠리칸이 얼마나 흔한 새인지 알게된다.
한참을 K팝스런 남미음악과 뱃길,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고 나면 지독한 새똥냄새로 가득한 바예스타스 군도에 다다르게 된다. 나중엔 머리가 아플 정도로. 제일 먼저 펭귄이 보인다. 하지만 그게 거의 전부다.
뒤뚱거리는게 너무 귀여워 기절할 뻔 했다. 엘니뇨와 생태계 파괴 등으로 펭귄수는 급감하고 있단다. 그나마 운이 좋아 그래도 여섯마리쯤 본 셈.
아, 이전에 나스카 문양같은 것도 보게된다.
이건 섬에 가기 전, 파라카스 반도 사막에서. 선인장 모양이다. 바닷바람과 잦은 지진속에서 어찌 수천년을 견뎠을까. 것보다 누가 이런걸 그렸을까. 나스카에 가는 것 대신 본 셈 쳤다.
바예스타스에선 바다표범도 보게된다. 이후 부둣가에선 죽은 바다표범도 잔뜩 보게되는데, 시체를 치우지 않는 건 자연의 풋프린트이기 때문이란다.
▲저멀리 바다표범의 수영(?)을 감상할 수 있다. 월리를 찾아라 수준의 표범머리찾기...
▲여러 사진컷이 있었지만, 유독 이 표정이 참 맘에 들었다. 멍...
▲여기도 펭귄.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정도 투어를 마치고 나니 바로 체크인이 가능했다. 이곳 페루에선 호텔 체크인을 빨리 할 수 있다는게 참 좋았다. 짐을 풀고 다시 11시반부터 파라카스 국립공원 및 반도 투어. 오전에 함께한 가이드 루이스는 말발이 대단했다. 스페인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유창하게 설명했다. (페루의 가이드들 대부분이 그러하다는 걸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스페인사람과 아프리카종, 약간의 중국인종이 섞였다고 했다. 그래서 입술이 두껍고 코가 뭉툭하다고 했다. 이렇듯 페루에는 혼혈이 많다.
함께 투어에 나선 프랑스+스페인인 커플, 콜럼비아 커플 두 쌍은 다들 유쾌했다. 특히 콜럼비아 사람들은 최고. 나중에 꼭 콜럼비아 북부에 가보라며 안통하는 스페인어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줬다.
▲이분들이 바로 그분들.
이날 저녁엔 한국과 러시아의 브라질월드컵 경기도 있었다. 바에 가서 보려다 너무 피곤해 방에서 보다 잠들었다. (얼마나 재미가 없었으면.... 전직 스포츠기잔데 내가...) 이곳 페루엔 한류도 상당히 힘이 있다고 했다. 특히 여자애들이 K팝에 미쳐있고, 상당수는 한국 드라마를 본다고. 루이스는 "한국은 화장품과 성형수술로도 유명하지 않느냐"고 상당히 정확하게 묻기도 했다. 나중에 안거지만, K팝은 그다지 유행은 아닌 것 같다. 역시나 우리 언론이 설레발을.. 이걸 말한 루이스의 립서비스쯤 됐던 것 같다.
다시 파라카스 반도로. 이곳은 광활한 사막이다. 1년에 채 20mm도 안되는 비가 온댔다. 지질은 다양하고, 대부분이 약하다. 소금기가 풍부한 염암과 몹시 투명한 크리스탈을 비롯, 예전에 이곳이 바다였다는 걸 보여주는 삼엽충 함유된 지반이다.
▲이건 아마도 암염
▲사막을 태어나 처음봤다.
▲층층이 갈라져있는 절벽들.
▲2007년 강타한 지진으로 손가락 사이만큼 절벽이 무너졌다고 했다.
붉은 모래사장도 있다. 절벽은 층층이 노랗게 이뤄져있다. 판게아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역이랄까. 이대로 어딘가와 맞추면 퍼즐처럼 꼭 끼워지겠지.
4시간 넘게 사막을 달리고, 내려서 보고. 여행책자엔 이 투어가 재미가 없다고 소개돼있지만, 글쎄- 난 나름 꽤 좋았다.
▲어촌마을
▲거봐, 흔하다고 했지
▲강황색 바위와 붉은 모래
▲이런 표지판도 있었다. 사막이니 표지판이 없으면 안된다.
▲부슬부슬 떨어지는 굵은 돌모래
페루 파라카스 정류장의, 키가 작고 통통하며 눈이 큰 한 여인은 "돈이 없어 국내 여행을 못다닌다"며 웃었다. 얼마전 겨우 저축해 마추픽추에 갔는데, 기차 피용이 너무 비싸 이틀인가를 걸었다고 했다. (시간만 있음 나도 트래킹 하고싶은데...) 나중엔 내가 마지막에 가게 될 우아라즈에 꼭 가볼거라고 했다.
페루는 사실 여행하기에 꽤 비싼 편이다. 그러다보니 현지인들도 다니기 쉽지 않다. 문득 리마에서 본 풍경이 떠올랐다. 구두닦이 가게 구조가, 구두를 닦는 분이 주저앉아 상전(?)의 발만 보게 되는 구조라니. 그가 구두를 닦는 동안 손님은 휴대폰으로 월드컵을 보여 "골! 골!"을 외치고 있었다. 빈부격차가 겉으로 꽤 들어나는 나라다.
▲리마
▲손님은 저 의자에 앉는다. 리마.
아무도 쓰지 않는 풀장에서 새를 쫓고 새똥을 치우느라 고생하는 호텔 직원들. 그래도 이곳 사람들은 상당히 착하고 순박하다. 어제 저녁 세비체를 먹으러 식당엘 갔는데, 앞에서 축구를 보던 남자 네명은 나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아랍계가 많은 북아프리카나 유럽인 천지인 서유럽, 남유럽과는 또 다르다.
▲레몬으로 간을 한 세비체. 회를 레몬소스로 버무렸다고 생각하면 된다. 양이 무척 많다.
오전 10시 45분차로 이카(ICA)에 가려한다. 이 대자연을 두고 가려니 아쉬움 반. 또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도 어마어마하다. 페루는 지역마다 몹시 다르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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