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다섯째날. 늦은 저녁시간(이라고 해봐야 겨우 8시 반이지만) 저녁을 챙겨먹으러 아레키파의 한 피자집에 왔다. 식욕이 도는 걸 보면 확실히 고산병이 많이 치유되긴 한듯... 내일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고산지대인 푸노로 옮겨간다. 단단히 대비하려고 소로치 필이라는 고산병 약도 꽤 비싼 값에 샀다.
오늘은 새벽부터 급히 나섰다. 어제 몸살이 제대로 나서 옴짝달싹 못하고 숙소에 묶였었다. 아파서 끙끙 앓았다. 5시반 차를 타고 치바이(Chivay)라는 동네(3시간 거리)로 고고. 이곳에서 라 칼레라 라는 온천 타운까지 3킬로미터인데, 산소가 부족해 한참을 헉헉댔다. 날은 춥다덥다 했고, 몸살은 도지고. 굳이 콜카 협곡 트래킹을 가지 않아도 어지간한 트래킹은 다 한 것 같았다.
▲동트는 아레키파
▲멀리 설산이 보인다
▲치바이에 도착했다.
▲아쿠아 테르말... 온천이라는 뜻이다. 3km면 짧아보이지?
▲소와 양들이 길을 막고
▲아이는 나를 신기한듯 쳐다본다
그렇게 찾아간 온천은 내국인 따로, 외국인 따로, 혼용가능한 풀들로 나뉘어 있었다. 화끈하게 따뜻하진 않았지만, 나름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 듯.
▲이른시간이라 전세내듯 혼자 쓴 온천풀
▲코카차 없이는 버틸수 없는 고산병
▲왔으니 셀카 한 장..
아레키파의 내 방은 무척 시끄럽다. 어젠 몸살을 앓느라 비몽사몽해서 이게 시끄럽긴 한데 꿈인가 생신가 했고, 말짱해진 지금 보니 100% 소음이 맞다. 아랫층 등 이일대에 클럽스러운 바가 많기는 하더라.
게다가 경적소리.
페루의 경적소리는 정말이지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참 소박하고 낯가리는 사람들 같은데, 운전 스타일은 몹시 더티하다. 성격도 급하고. 그러니 만날 빵빵거리거나 앞지르고.ㅎ
치바이는 정말 예쁜 동네다. 아기자기하다. 이번 여행에서 잊지못할 반나절이 될지도. 마침 민속춤 경연대회 같은 것도 있었는데 이 동네 사람들은 그래도 볼 게 많지 않아선지, 아님 자기 친구, 식구들이 나와선지. 다들 삼삼오오 모여 찾아가더라.
▲치바이
▲치바이!
▲치바이~
▲치바이!!!!
▲공연
▲멋들어진 모자. 치바이가 다르고, 쿠스코가 다르고, 동네마다 모자도 다르다고 했다
▲복장도 마찬가지.
온천 앞 콤비버스에서 만난 클라우디아 라는 친구를 빼놓을 수 없지. 보라색 섀도를 짙게 칠한 친구였다. 네덜란드서 5개월 전에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거기서 만난 네덜란드인 남친이 7월 첫주에 온다며 좋아했다. 그녀는 지금 아레키파에서 주경야독중이라고 했다.
그녀는 이런 말을 했다. "치바이는 태양과 가까워 볕도 더 뜨겁고, 하늘과 가까워서 별이 쏟아지는 것도 볼 수 있어."라고. 이 얼마나 낭만적인지.
RECENT COMMENT